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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軍篇(행군편) 39강 주춧돌이 젖으면 우산을 편다

신성환

 

여러분과 같이 손자병법을 토파(공부)하고 있는 “신성환 관장”입니다. 38강 “산전수전”에 이어 39강 “주춧돌이 젖으면 우산을 편다”에 대해 각론 합니다.

 

손자병법 각론이 서른아홉 번째 각론입니다. 손자병법 총 13편 중 아홉 번째 行軍篇(행군편)입니다. 행군이 무슨 뜻입니까? 행군은 군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 했습니다.

 

산에서, 물에서, 택지, 육지에서 각각의 상황에 따른 군대 운용, 그리고 상대방과의 전투 전술적인 측면까지 다 포함한 것을 행군이라 했고, 그것에 대해 다룬 것이 손자병법 열세 편중 아홉 번째 편 ‘행군편’으로 지금 토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제38강 “산전수전”에서 전쟁터라는 험난한 상황에서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며 겪는 수많은 경험(상황)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습니다. 오늘 각론도 그 흐름을 이어받아, 제39강 “주춧돌이 젖으면 우산을 편다”라는 주제로 여러분과 함께 토파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께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보통 우리가 ‘행군’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군인들이 무거운 군장을 매고 군가를 부르며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상황이 먼저 생각나실 겁니다. 하지만 손자가 말하는 행군(行軍)은 단순히 ‘걷는 행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손자병법에서 정의하는 행군은 ‘군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운용할 것인가’, 그리고 ‘낯선 지형과 환경 속에서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적의 상태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대한 총체적인 군사 작전과 전술적 상황(혜안)을 의미합니다.

 

산악 지대에서는 어떻게 주둔해야 하는지, 강을 건널 때는 어떤 타이밍(때)을 잡아야 하는지, 늪지대나 평지에서는 군대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등, 지형지물에 따른 군대 운용법과 상대방과의 전투, 전술(략)적 측면까지 다 포함하는 개념이 바로 행군입니다.

 

손자는 행군편을 통해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것은 “눈앞에 나타나는 조그마한 단서도 절대로 놓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과학적 수사’라는 말 자주 들으실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형 은행 강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십니까? 아주 미미한 단서들을 놓치지 않은 면밀한 과학적 수사 덕분이었습니다.

 

당시 범인이 인질들에게 무심코 내뱉은 말이 있었습니다. 바로 “귀관의 임무는 뭐냐?”라는 말(말투)이었습니다. ‘귀관(貴官)’이라는 말? 이건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군대에서만 사용하는 말입니다. 수사관들은 이 아주 작은 단서에 착안했습니다. “아, 이 자는 분명히 군대에서 간부로 복무했거나,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다”

 

이 자그마한 말투의 단서를 시작으로 주변 인물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끝에, 완전범죄를 꿈꾸던 강도를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여러분께 하고자 하는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전쟁이든, 비즈니스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인생)이든,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실마리는 언제나 아주 자그마한 단서들 속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골에서 개구리가 밤새 울어대면 그 다음 날 날씨가 어떻게 됩니까?

 

예, 그렇습니다. 비가 올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여기서 개구리가 우는 현상은 눈앞에 나타난 ‘단서’고, 그로 인해 비가 올 것을 대비하는 것은 ‘예측’입니다.

 

지도자, 장수라면, 현명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조그마한 단서 하나도 가볍게 넘기지 않고, 그 단서 속에 숨겨진 본질을 파악해 다가올 상황을 예측하고 판단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손자는 ‘행군편’ 전체를 관통하며 바로 이 지혜를 말하고(가르치고) 있습니다.

 

‘礎潤張傘(초윤장산)’ 이란 말이 있습니다. 주춧돌 礎(초), 젖을 潤(윤), 베풀/펼 張(장), 우산 傘(산)으로 "주춧돌이 젖으면 우산을 편다"는 말입니다.

 

이 ‘초윤장산’이라는 말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춧돌이 촉촉하게 물기에 젖어 있는 것을 보고 다가올 비를 예상하여 미리 우산을 준비한다는 뜻입니다. 아직 하늘은 멀쩡하고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데, 땅바닥에 박힌 주춧돌을 보니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는 공기 중의 습도가 극도로 높아집니다. 흔히 “아이고, 오늘 날씨가 눅눅하니 습기가 차네”라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차가운 돌로 된 주춧돌이 공기 중의 수증기를 만나서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게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이 젖은 주춧돌을 보면서 “아, 조만간 비가 올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인 대비를 합니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상황(단계)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조짐(징조)’이고, 두 번째는 그 조짐에 따른 ‘행동’입니다.

 

주춧돌이 젖는 것은 미래의 변화를 알려주는 ‘조짐’입니다. 그리고 비가 올 것을 알아차리고 우산을 챙겨는 것은 나의 ‘행동’입니다. 이 조짐에 따라서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적 사유 방식입니다.

 

과학이란 무엇입니까? 본질적으로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분석하여 미래를 미리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거대한 변화와 사건 뒤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미세한 조짐이 존재합니다.

 

사람이 큰 병에 걸리기 전에도 아무런 신호(경고) 없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반드시 그전에 몸에서 조그마한 조짐을 보냅니다. 자꾸 감기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거나, 몸의 특정 부위가 붓는다거나, 이가 아프다거나 하는 미세한 전조 증상이 반드시 나타납니다.

 

이때 현명한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어? 몸이 평소와 다르네? 하고 병원을 찾아가 미리 예방하고 준비합니다. 하지만 미련한 사람은 그 조그마한 신호를 무시하고 넘어가 버립니다. 그러다가 결국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큰 병에 걸려 후회하게 됩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일기예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기예보라는 것이 단순히 하늘을 보고 상황을 맞추는 무속이 아니지 않습니까? 수십 년 동안 쌓아왔던 방대한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의 기압골 변화, 풍향, 습도 등의 조짐을 분석하여 “예년의 기상 통계로 보아 이 정도 조짐이면 내일 이만큼의 비가 오겠다”라고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것입니다.

 

손자는 바로 이 예측의 정신, ‘주춧돌이 습기에 젖으면 비가 올 것을 직시하고 우산을 펴라’는 선제적 대비 태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군대를 이끄는 장수가 가져야 할 대단히 객관적이고 냉철한 태도입니다.

 

평범한 범인(凡人)들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쳐버릴 작은 현상이라 할지라도, 수천수만 명의 목숨을 책임진 장군이나 조직의 지도자는 절대로 그것을 놓치지 않고 꿰뚫어 보는 능력(자질)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그런데 말입니다. 손자는 ‘행군편’에서 적의 조짐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서른두 가지(32가지)의 예측 법을 제시합니다. 오늘 그 32가지 예측법의 핵심을 다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손자가 위대한 군사 전략가이기는 하지만, 2,500년 전이라는 시대적 한계 때문에 그가 제시한 예측 법 중 일부는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아직 완전한 과학적 법칙이라기보다는 다소 초보적인 경험칙에 머물러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손자라고 해서 100% 다 완벽하고 옳은 것만은 아니란 것입니다. 즉 그의 예측이 고도의 시스템화 된 과학으로까지 완벽하게 승화되지는 못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동네 나이 드신 분들이 모여 계시다가 “아이고야, 오늘따라 어깨가 쑤시고 허리가 걸리는 걸 보니 저녁에 비가 오려나 보다”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밤이 되면 비가 쫙쫙 내립니다. 이것을 우리가 완전한 의미의 ‘과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아니면 오랜 경험에 따른 ‘단순한 예측’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 엄밀히 말하면 경험적 예측입니다. 과학과 예측의 결정적인 차이는 ‘재현성’ 즉 같은 상황에서 똑 같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반복성’에 있습니다.

 

과학은 언제나, 반드시, 어떤 상황에서도 동일한 조건이라면 똑같은 결과가 일어나야 합니다. Formula(법칙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어르신이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대한민국 전역에 반드시 100% 비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노인분의 컨디션에 따라 허리는 아픈데 비가 안 오고 맑을 때도 있는 것입니다.

 

손자가 제시하는 32가지 예측 법은 현대 과학처럼 기압골을 정밀하게 그리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법칙 화 시킨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500년 전 고대 전쟁터에서 바람의 방향이 이러하고, 동물의 움직임이 저러하니,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 라는 이성적 대안을 32가지나 정립해 놓았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통찰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필자가 해석하는 손자의 32가지 예측 법 중 가장 핵심적인 전술적 상황들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토파해 보겠습니다. 손자병법의 원문을 직접 인용하면서 그 속에 담긴 인간 심리와 전술의 진수를 토파해 보겠습니다.

 

손자가 말하는 첫 번째 예측 법은 적이 아군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주둔하고 있을 때의 행동 양식입니다. ‘敵近而靜者, 恃其險也(적근이정자, 시기험야)’라고 합니다. "적이 가까이 있으면서도 조용하게 대치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험난한 지형의 이점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입니다.

 

여러분,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십시오. 상대방 적군이 바로 내 코앞에, 코 닿을 거리에 바짝 다가와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통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칼을 쨍강 거리고 고함을 지르며 “덤벼라, 싸우자” 라고 기세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군대의 생리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적이 미동도 하지 않고 쥐 죽은 듯이 정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수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아, 저놈들이 겁을 먹었다” 하고 무작정 쳐들어가야 할까요? 아닙니다. 손자는 말합니다.

 

적이 조용히 있는 것은 분명 무언가 ‘믿는 구석(恃)’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이 아군이 쉽게 뚫을 수 없는 천혜의 요새나 험난한 지형(險)을 선점하고 있거나, 아니면 바로 코앞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함정을 파놓았기 때문에 저토록 여유를 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조짐을 보고 내리는 냉철한 판단입니다. 주춧돌이 젖은 것을 보면 우산을 펴야 하듯, 코앞의 적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면 아군은 공격을 멈추고 아군의 방어 태세를 점검하며 주변 지형을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도 똑같이 적용되는 지혜입니다. 평소와 다르게 어떤 사람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조용하거나 행동이 묘하다면, 반드시 조심해야 합니다. 그 사람 내면에 심각한 심경의 변화가 있거나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강력한 조짐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겉으로 펄펄 뛰며 큰소리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너 죽고 나 살자! 덤벼라!” 하고 소리 지르는 사람은 사실 속에 가진 것이 없고 겁이 많아서 허세를 부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사람은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진짜 무서운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고요하게 눈빛을 발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뒷주머니에 상대를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히든카드’를 숨겨두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주변을 한번 돌아보십시오. 사소한 일에 큰소리치고 화를 벌컥 내는 사람은 시간 지나면 속도 없고 뒤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그래, 어디 두고 보자’ 하고 속으로 칼을 가는 사람이 진짜 무서운 사람입니다. 손자병법은 계속해서 이런 인간의 본질과 심리를 조망하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적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의 조짐입니다. ‘敵遠而挑戰者, 欲人之進也(적원이도전자, 욕인지진야)’입니다. "적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자꾸만 와서 싸움을 걸어오는 것은, 아군을 앞으로 끌어들이고자 함이다"라는 말입니다.

 

이번에는 상황이 반대인 경우입니다. 적군이 나보다 훨씬 먼 곳에 안전하게 진을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의 본진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소규모 부대를 아군 진영 근처로 살짝 보내서 “야! 겁쟁이들아, 나와서 싸우자!” 하고 싸움을 걸어옵니다.

 

이것도 상식 밖의 행동입니다. 멀리 있는 놈들이 왜 굳이 힘을 빼가며 먼 거리를 와서 시비를 걸겠습니까? 손자는 그 속뜻을 명쾌하게 꿰뚫어 봅니다. 그것은 바로 아군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進)’, 즉 진격하게 만들어서 자신들이 파놓은 매복 진영이나 유리한 전장으로 유인하려는 전략입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의 이해관계와 전혀 상관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나 뒤통수를 탁 치거나 나의 감정을 툭툭 건드린다면, 절대로 욱하는 마음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람이 바라는 것이 바로 여러분이 이성을 잃고 날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충동질하고 내 감정을 부추겨 싸움을 걸어오는 것은, 내가 흥분해서 섣부른 행동을 하기를 바라는 의도적인 조작임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필자 역시 이 병법의 진리를 뼈저리게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서울시태권도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되었을 당시(2015년), 필자는 협회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고자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그때 서울 태권도계의 악질적인 적폐세력 하수인인 ‘박창식’이라는 자가 패거리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필자에게 접근해 왔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필자에게 시비를 걸어 물리적 충돌을 유도한 뒤, 이를 빌미로 ‘관리위원 자격이 없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수작이었습니다. 그 자는 점심을 먹고 있는 필자에게 다가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인 ‘침을 뱉는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아군을 함정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멀리서 돌을 던지는, 전형적인 ‘적원이도전자’의 비열한 행태였습니다. 그 때 필자는 상대의 얄팍한 덫에 걸려들지 않았습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모멸감을 꾹 누르며 맞대응을 자제했고,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감정적인 대응 대신 선택한 것은 차분하고 철저한 법적 대응이었습니다. 결국 그 자에게 법의 이름으로 씻을 수 없는 치명적인 형사적 단죄를 내려 주었습니다. 현장에서 즉각 물리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성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상대의 전략을 무력화하고 타격을 입힌 이 선택은 손자병법의 지혜를 현실에서 완벽하게 증명해 낸 최고의 대응이었습니다.

 

상식 밖의 행동 뒤에는 언제나 음모가 숨어 있습니다. 평소에는 나한테 눈길 한번 안 주던 사람이 갑자기 개과천선이라도 한 듯 엄청난 호의를 베풀거나, 저 사람 처지에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돈을 나에게 턱 안겨준다면, 그것을 덥석 받기 전에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그 달콤한 미끼 뒤에서 내가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음모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손자는 인간의 행동뿐만 아니라, 전장에 존재하는 대자연의 미세한 변화, 즉 동식물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적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鳥起者, 伏也(조기자, 복야)’라는 말을 합니다. "새들이 갑자기 푸드득하고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것은, 그곳에 적이 매복해 있기 때문이다"는 말입니다.

 

장수가 군대를 이끌고 깊은 숲길을 지나가고 있는데, 저 앞쪽 우거진 수풀 속에서 새들이 갑자기 푸드득 하고 날아오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조짐입니까? 음, 앞에 적이 매복해 있다는 것이라고요! 대단하십니다! 이미 손자병법의 도를 깨우치고 계십니다. 맞습니다. 수풀 속에 적의 매복 군사(伏)들이 숨어 있다는 결정적인 단서입니다.

 

혹시 군대 생활할 때 수색대나 특공대 다녀오신 분계십니까? 현대 야전 교리에서도 이 원칙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위장하고 숨어 있어도 사람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그 자리에 둥지를 틀고 있던 새들은 놀라서 날아오릅니다.

 

생각이 없는 초보 병사라면 새가 날아오르면 “와, 저기 새가 많네? 이따가 사냥해서 구워 먹자” 하고 지나치겠지만, 유능한 병사는 그 단서 하나를 보고 즉시 군대를 멈추고 경계 태세를 갖춥니다. 인생이라는 치열한 전투에서도 이처럼 미세한 단서 하나하나를 자세히 뜯어보려는 태도가 바로 과학적 사유의 출발점입니다.

 

이번에는 반대의 상황입니다. ‘鳥集者, 虛也(조집자, 허야)’ "새들이 특정 성벽이나 진영에 떼 지어 모여드는 것은, 그곳이 비어 있다"는 말입니다.

 

저 멀리 적의 성채나 막사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성루 위에 새들이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떼 지어 내려앉아 평화롭게 모여들고(集) 있습니다. 망원경이 없던 시절에 이것을 보고 무엇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그곳에 사람이 없이 완전히 비어 있다(虛), 즉 적들이 이미 도망쳤거나 군사를 물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서 있고 군사들이 삼엄하게 경비하는 성벽에는 새들이 절대로 모여들지 않습니다.

 

만약 적들이 깃발을 그대로 꽂아두고 아군을 속이려 획책하더라도, 하늘을 나는 새들은 속일 수 없는 것입니다. 새들의 움직임이라는 조짐을 통해 적의 허실을 파악하는 지혜, 참으로 절묘하지 않습니까?

 

2,500년 전 대평원이 펼쳐진 중국 대륙에서 전쟁을 할 때, 장수들이 가장 유심히 보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먼지(塵)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손자는 먼지가 일어나는 모양을 보고 적의 형태가 마차(전차) 부대인지, 보병 부대인지를 파악했습니다.

 

‘塵高而銳者, 車來也 卑而廣者, 徒來也(잔고이래자, 차래야, 비이광자, 도래야)는 "먼지가 하늘 높이 뾰족하고 날카롭게 솟아오르는 것은 전차가 돌격해 오는 것이요, 먼지가 낮고 넓게 퍼지며 일어나는 것은 보병이 다가오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광활한 대평원에서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먼지 구름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그 먼지가 하늘 높이(高) 창끝처럼 뾰족하고 날카롭게(銳) 치솟으며 빠른 속도로 다가옵니다. 왜 먼지가 높고 날카롭게 솟구칠까요?

 

전차나 군마(車)는 엄청난 속도와 가속력이 있기 때문에 바닥의 흙먼지를 수직으로 강하게 차올리기 때문입니다. 장수는 이 조짐을 보고 “적의 전차(마차) 부대가 돌격해 오는 것을 예측하고 방어 진형을 갖추어야 합니다.

 

반대로, 먼지가 하늘 높이 솟구치지 않고 땅바닥에 낮게(卑) 깔리면서 사방으로 넓게(廣) 뭉게뭉게 퍼지며 다가옵니다. 이것은 속도는 느리지만 수많은 보병(徒) 부대가 흙먼지를 밟으며 걸어오고 있다는 조짐입니다.

 

보병들은 걷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먼지가 높이 뜨지 못하고 옆으로 퍼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눈앞에 일어나는 흙먼지를 보고도 위대한 장수는 적의 전력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토파하려는 내용은 우리 삶에 가장 피부로 와 닿는 아주 중요한 내용입니다. 상대방이 구사하는 말과 태도를 보고 상대의 숨은 의도를 예측하는 방법입니다. ‘無約而請和자, 謀야(무약이청화자, 모야), "사전에 아무런 약속이나 명분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 화해를 청하는 자는, 반드시 뒤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평소에 나와 사사건건 대립하던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사전 연락도 없고, 특별히 화해할 만한 계기나 명분도 없는데 갑자기 선물 상자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찾아옵니다. “아이고, 신 관장님! 우리가 지나간 일은 다 잊고 이제 그만 좋게 화해합시다!” 하고 청(請和)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때 감동하여 “좋습니다” 라고 하며 악수를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요? 손자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합니다. 상대방의 화해가 진정한 화해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진짜 화해를 하려면 그에 합당한 명분과 조건, 사전 조율이 필요합니다. 아무런 맥락 없이 베풀어지는 갑작스러운 화해 제스처는, 아군의 경계심을 완전히 무너뜨린 뒤 뒤에서 공격하려는 비열한 기습 작전의 전조 증상입니다.

 

손자는 말투(언어)에 대한 지혜도 제시합니다. ‘辭卑而益備者, 進也(사비이익비자, 진야)’라고 합니다. "말은 한없이 겸손하게 낮추면서도 뒤로는 방비와 전투 준비를 더하는 자는, 조만간 진격해 올 것이다"라고 합니다.

 

상대방 사신이 와서 말하는 행태를 보니 아주 공손합니다. “아이고, 저희 같은 미천한 자들이 어찌 장군님의 대군을 감당하겠습니까?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면서 자신을 한없이 낮춥니다(辭卑).

 

그런데 첩보를 통해 상대방의 군영 상황을 평가하면 성벽을 보수하고 군량을 비축하며 칼을 갈고 있습니다. 전투 준비를 더 굳건히(益備) 하고 있단 말입니다. 이것은 백 퍼센트 아군을 방심하게 만들어 안심시킨 뒤, 결정적인 순간에 선제공격을 감행하려는 기만전술입니다. 즉, 조만간 쳐들어올(進)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사자성어 중에 ‘笑裏藏刀(소리장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진짜로 여러분을 치려고 작정한 사람은 절대로 겉으로 화를 크게 내지 않습니다. 감정을 다스리며 겉으로는 싱글벙글 웃습니다.

 

또 다른 말로 ‘口蜜腹劍(구밀복검)’이라고도 합니다. 입에는 꿀을 바르고 배 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 구밀복검이라는 말은 중국 당나라 최고의 암군(암군은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를 의미합니다)으로 꼽히는 당 현종 시절에 재상을 한 ‘이림보(李林甫)’라는 인물로부터 유래한 말입니다.

 

‘이림보’라는 사람은 당 현종이 절세미녀 양귀비에게 푹 빠져서 밤낮으로 주색잡기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조정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나라를 파탄으로 몰고 간 간신 중의 간신입니다.

 

이 사람이 권력을 유지한 비결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그는 조정에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정적이나 유능한 선비가 나타나면, 절대로 겉으로 안색을 바꾸거나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입(口)으로는 달콤한 꿀(蜜)처럼 “아이고, 대감! 요즘 건강은 어떠시오? 내가 대감을 얼마나 아끼는지 모릅니다” 하고 세상 둘도 없는 절친처럼 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배(腹) 속에는 무시무시한 파멸의 칼(劍)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는 뒤돌아서자마자 왕에게 온갖 모함을 일삼아 그 정적을 소리 소문 없이 제거해 버립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이림보를 가리켜 “겉으로는 꿀을 주나 속으로는 칼을 품은 ‘구밀복검’의 이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치부되었습니다.

 

이렇게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자들이 치밀한 음모를 꾸밀 때, 우리는 눈앞의 달콤한 언행에 속아 마음을 놓아버리는 ‘방심(放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방심’이라는 말은 참 무서운 말입니다. 놓을 방(放) 자에 마음 심(心) 자, 즉 내 마음의 끈을 풀어놓아 버린다는 뜻입니다. 이 방심이라는 말은 ‘맹자(孟子)’에서 아주 깊이 언급됩니다.

 

‘人有鷄犬放, 則知求之, 有放心, 鐵不知求(인유계견방, 즉지구지, 유방심, 철불지구),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기르던 닭이나 개가 도망쳐서 잃어버리면, 온 동네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그것을 찾을 줄은 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소중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방치할 때는(방심), 그것을 다시 찾아올 줄을 도무지 모른다."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이말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입니다. 요즘 세상도 똑같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이나 고양이가 가출하면 온 동네에 전단지를 붙이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며 눈물로 찾아 헤맵니다.

 

그렇게 기르던 동물(개) 한 마리 잃어버린 것은 애지중지하면서, 정작 내 올바른 정신이 어디로 갔는지, 내 선한 마음이 길바닥에 버려져 삐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찾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맹자는 또 이런 비유도 합니다. 사람 손가락 다섯 개 중에 가장 쓸모없는 손가락이 무엇입니까? 네 번째 손가락으로 이름도 없어 ‘무명지(無名指)’라고 부릅니다. 검지는 물건을 가리키고, 엄지는 최고라 치켜세우고, 중지는 길고, 새끼손가락은 약속할 때 쓰는데, 이 무명지는 참 쓸 데가 별로 없습니다.

 

어떤 사람의 이 쓸모없는 무명지가 선천적으로 구부러져 있습니다. 밥 먹고 일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그런데 저 멀리 초나라나 진나라에 이 구부러진 손가락을 완벽하게 펴주는 명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 멀고 험한 길을 전 재산을 들여서라도 쫓아가서 폅니다.

 

왜요? 남의 시선 때문입니다. 내 손가락이 남들과 다르게 기형으로 구부러져 있는 것이 창피하고 스트레스가 되니까, 보기 싫어서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고치려는 것입니다.

 

맹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이것입니다. “손가락 하나 구부러진 것은 남과 다르다고 창피해하며 천 리 길을 멀다 하고 고치러 가면서, 왜 자신 마음이 모질게 구부러지고 삐뚤어진 것은 창피한 줄을 모르고 고칠 생각을 안 하느냐”는 것입니다.

 

필자가 이 방심과 관련하여 맹자가 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느냐 하면 요즘 사람들 얼굴에 조금만 주름이 있거나, 남들보다 못나 보이면 창피하다고 성형외과 찾아가서 수천만 원 들여 뜯어고칩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이 비뚤어져 썩어 문드러지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하는 것에는 무관심하여 방치하고 생활을 합니다. 생활하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일에는 그렇게도 고치려고 발버둥 치면서 자신의 마음이 기형으로 자리 잡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자신의 마음이 비뚤어져 있는 것은 고칠 생각을 도무지 안 한단 말입니다.

 

부모 봉양하는 도리는 잊어버린 채 키우는 개는 애견호텔에 맡기며 호사를 누리게 하는 주객전도의 삶을 살면서도 말입니다. 요즈음 개 기르는 분들이 많은 이 시대에 이런 소리 했다가 큰일 날지 모르겠습니다만, 본질이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하하.

 

잠시 논조가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각론 합니다. 적이 다가와 웃으며 화해를 청할 때, 내 마음의 고삐를 풀어버리는 방심이야말로 군대에서 병사들을 몰살시키는 장수의 최대 무능이라고 하며 손자는 눈앞의 작은 조짐을 통해 상대가 감추고 있는 뱃속의 칼을 보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손자는 적군의 사기와 보급 상태 및 병사들이 남긴 취사등 사소한 행동을 통해서도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杖而立者, 飢也(장이립자, 기야), "군사들이 창이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힘겹게 서 있는 것은, 굶주려 지쳤기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보초를 서고 있는 적의 병사들을 관찰했을 때 꼿꼿하게 서서 위엄을 자랑해야 할 군인들이, 하나같이 자신들의 창이나 나무 지팡이(杖)에 몸을 간신히 기댄 채 흐느적거리며 서 있다면 이 조짐은 무엇을 뜻합니까?

 

예,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부대는 현재 보급이 끊겨 극심한 배고픔(飢)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행군편’에서 상대방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유명한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懸瓿而不返其舍者, 窮寇也(현부이불반기사자, 궁구야) 이 말은 "취사도구(가마솥)를 부뚜막에 방치한 채 다시 막사로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 부대는,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들 수 있는 막다른 골목의 처한 군대“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瓿)라는 글자는 고대에 밥을 지어 먹던 가마솥이나 취사도구를 뜻합니다. 상대방 진영을 보았더니, 군사들이 밥을 해 먹고는 그 가마솥을 부엌 부뚜막에 그냥 놔둔 채(懸瓿), 설거지도 안 하고 자신들의 원래 막사로 돌아가지(不返其舍)를 않습니다.

 

여러분들! 이 조짐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밥그릇과 솥을 다 버려두고 돌아보지 않는다? 음 그것은 바로 “지금 이 가마솥에 해 먹은 밥이 우리 생에 있어서 마지막 밥이다. 이제 솥을 깨부수고 배수진을 친 채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하는 궁지에 몰린 적, 즉 ‘궁구(窮寇)’의 모습인 것입니다.

 

우리가 이사 가기 전날 밤에 싱크대 설거지 열심히 합니까? 대충 해두고 가거나 안 하지요? 어차피 다시는 이 집에 안 올 거니까요. 밥 해 먹은 그릇을 챙기지도 않고 설거지도 안 한 채 뛰쳐나온 군대는 이미 퇴로가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군대입니다.

 

그러니 이 조짐을 본 장수는 절대로 그들을 가볍게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배수진을 친 적은 궁지에 몰린 쥐처럼 고양이 물어뜯습니다.

 

음~ 집에서 설거지 안 해놓고 며칠씩 방치하는 주부님들이 계신다면, 남편 분들은 ‘아, 우리 집이 지금 파탄 막판 단계까지 와 있구나’ 하고 위기감을 예측하셔야 합니다. 설거지는 제때제때 하고 다니세요. 안 그러면 집안이 어떤 상황에 쫒기거나 막판 까지 갔다는 징조(상황)입니다. 하~

 

손자는 조직 내부의 흔들림을 파악하는 아주 날카로운 통찰을 다음과 같은 말로 제시합니다. 屢賞者, 窘也  屢罰者, 困也.(루상자, 군야 루벌자, 곤야) "포상을 너무 자주 남발하는 조직은 궁색한 처지에 놓인 것이요, 처벌을 너무 자주 내리는 조직은 곤경에 처해 통제력을 잃은 것이다."라고 합니다.

 

어떤 집단이나 부대를 관찰해 보니까, 대단한 공을 세운 것도 아닌데 리더가 부하들에게 상(賞)을 시도 때도 없이 너무 자주(屢) 줍니다. 상장과 포상금을 남발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조직이 지금 아주 궁색하고 위태로운 처지(窘)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상이라는 미끼를 계속 던져주지 않으면 부하들이 도무지 통제되지 않고 다 도망치거나 배신할 것 같으니까, 불안한 마음에 상을 남발하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자식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너 이번에 시험 몇 점 맞으면 뭐 사줄게, 방 청소하면 돈 줄게” 하고 보상을 너무 자주 남발하는 집안은 이미 자식에 대한 부모의 권위와 통제력이 무너진 위태로운 집안입니다. 상은 적절한 시기에 아주 엄격하고 가치 있게 줘야 상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또 한 하루가 멀다고 부하들에게 벌(罰)을 내리고 징계를 하는 부대가 있습니다. 왜 그렇게 벌을 줄까요? 조직이 이미 극심한 곤경(困)에 처해 있어서, 벌로 다스리지 않으면 군대의 기강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막다른 길에 와있다는 강력한 전조 증상입니다.

 

지혜롭고 안정된 집단은 상과 벌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사람에게 아주 무겁게 집행합니다. 상만 남발하거나 벌만 남발하는 집단은 결코 오래갈 수 없는, 무너지기 직전의 부대인 것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32가지 예측법의 결론적인 문장을 마지막으로 토파해 보겠습니다. 이 문장이야말로 《손자병법》이 단순한 군대를 다루는 병법서로서의 고전이 아니라 고도의 이성적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치)가 들어있는 철학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문장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兵非益多也, 惟無武進, 專力料敵取人而已(병비익다야, 유무무진, 전력료적취인이이), "전쟁에서 군사의 숫자가 무조건 많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또한 용맹만 믿고 무모하게 앞으로 돌격해서도 안 된다.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오직 힘을 하나로 집중하고(專力), 단서를 통해 적의 상황을 정확히 헤아리며(料敵), 그 상황에 맞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取人) 싸우는 것 그것뿐이다."

 

기가 막힌 과학적 사유 방식 아닙니까? 얼마나 과학적인 사유입니까? 소름이 돋는 냉철한 판단(지혜)입니다. 많은 장수들은 전쟁을 치를 때 “우리가 머릿수가 많으니 무조건 이긴다”고 하거나 “사나이가 용기가 있어야지 앞으로 돌격”이라며 무모한 막가파 식 전쟁을 합니다.

 

하지만 손자는 말합니다. 군대의 숫자가 많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용기만 믿고 덤벼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진짜 유능하고 이성적인 장수는 아군의 모든 군사적 힘을 송곳처럼 한 군데로 모읍니다(專力).

 

그리고 주춧돌이 젖으면 우산을 펴듯, 눈앞에 나타나는 미세한 단서들을 통해 적의 심리 상태와 보급 상태, 매복 여부 등 부대를 운용하는데 이로울 상황을 면밀하게 헤아려(料敵) 그 파악(분석)된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수를 뽑아서(取人)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상황에 맞는 전략적 인재 배치를 합니다.

 

이 말은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전쟁을 하라는 말입니다. 손자는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즉흥적인 감정에 치우쳐 군대를 운용하는 결과에 대해 이렇게 경고를 합니다. 夫惟無慮而易敵者, 必擒於人(부유무려이이적자, 필금어인), "도무지 깊은 생각과 고려함이 없이(無慮) 상대방을 깔보고 쉽게 생각하는 자(易敵)는, 반드시 상대방에게 사로잡히게(必擒) 될 것이다."

 

자만심과 흥분이라는 감정에 휘둘려 적을 만만하게 보고 덤비는 자는, 결국 적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포로로 붙잡히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준엄한 경고입니다.

 

여러분들! 오늘 각론 주제인 ‘초윤장산’의 정신, 주춧돌이 젖었을 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비가 올 것을 예견하여 우산을 펴는 이 냉철한 분석적 삶의 지혜를 여러분은 지금 각자의 삶 속에서 제대로 실천하며 살아가고 계십니까?

 

이런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남편이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집에 들어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거실에 있는 부인의 표정이 뚱하고 아무런 말도 안 한 채 시선을 회피합니다.

 

이 상황에서 남편들은 어떻게 합니까? 자기감정에 준해서 소리를 빽 지릅니다. 아니, 내가 밖에서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게 돈 벌고 왔는데, 남편이 들어와도 모른척하고 얼굴이 그게 뭐야! 이 행동은 손자가 그토록 경계한 ‘최악의 감성적 사유’이자 무모한 돌격입니다. 퇴로가 없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현명한 삶(인생)을 사는 남편(장수)이라면 부인의 뚱한 표정(주춧돌)을 보는 순간, 현명한 생각(판단)을 해야 합니다. ‘어? 이상하다. 부인이 왜 저러지, 주춧돌이 젖었네? 습기가 차오르는 걸 보니 조만간 비(부부싸움)가 오겠네, 라는 상황을 예측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부인에게 슬며시 다가가 따뜻한 목소리로 원인을 찾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여보, 오늘 무슨 힘든 일 있었어? 얼굴이 안 좋아 보이네. 내가 도와줄 거 있어?” 하고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헤아(料敵)리고, 그에 맞는 부드러운 대화법을 취해야(取人) 가정이 평화롭게 유지됩니다.

 

음~ 가슴이 찔리는 분들 많이들 있으시죠. 이런 말을 하는 필자도 순간적인 감정에 상황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하.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 속에 숨겨진 상대방의 진짜 본모습과 아픔까지도 헤아려 보는 지혜(자세), 그것이야말로 손자가 ‘행군편’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이성적 사유’이자 남을 배려하는 열린 마음의 지혜입니다.

 

‘초윤장산(礎潤張傘)’의 정신을 가슴 깊이 간직하기 바랍니다. 삶에서 나타나는 작은 조짐과 변화의 단서들을 그냥 무심히 지나치지 마세요. 냉철한 계산과 과학적 분석 속에서 미래를 대비하되, 그 속에서 나와 마주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있게 보듬고 다듬을 수 있는 배려의 삶의 여유와 통찰을 가슴속에 간직하기를 바랍니다.

 

39강 “주춧돌이 젖으면 우산을 편다” 강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40강에서는 인생(전장)에서 맞이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서 지혜롭게 탈출하기 위한 “위기에서 탈출하기”라는 주제로 각론을 이어가겠습니다. 긴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권도정보연구소 / 무도태권도 / 신성환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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